2009/09/19 18:09
페르난도 보테로, 풍선처럼 빠방한 살집, 비례를 무시한 인체, 화려하고 따뜻한 색, 가끔 유머도 한다.
1996년 경주 선재 미술관에서 보테로를 처음 보았다. 첨 듣는 이름에 어느나라 사람인 줄도 몰랐다. 첫 만남에 친숙하고 따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디서 만나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개성적인 시선에 개성적인 표현이었다.
그의 그림은 쉽다. 크게 의미를 헤아려야 할 일도 없고 어려운 것도 없다. 색은 밝고 따듯하고 명랑하고 그림은 유머러스하고 누구 작품인지 금방 알아볼 수있게 독특하다. 누드는 섹시하기 보다 사랑스럽다. 그는 유명 걸작품을 그의 스타일로 다시 그리기도 한다. 원작의 카리스마와 엄숙함은 보테로 스타일로 누그러진다. 그는 사회, 폭력 고발적인 내용을 그리기도 하는데, 현실적 문제를 담기에 그의 표현 스타일이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소재의 심각함, 대상의 고통은 현실이어서 객관적, 사실적인 표현이나 개념화 -essence를 찝어주는- 를 톻해 보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과정을 갖춰야한다고 보는데, 콜럼비아 정치적 상황, 이라크 포로들의 미군에 의한 반인권적 가해를 다룬 보테로의 그림들은 소재가 현실인데 비해 표현은 현실을 부풀린 인체비례와 밝은 색채 등으로 관객이 고통스런 현실에 대한 공감을 하기 이전에 보테로식 표현의 희화적 특성을 먼저 보게한다.
그는 1932년 콜럼비아 메데인 출생. 20세에 첫 개인전 후 스페인, 이태리등지로 옮기며 그림공부를 한다. 1956년 34세때 부풀려 그리는 조형적 특성을 확립한다. 대상 인물마다 특별히 부풀린 부위, 몸과 두상의 비율등이 다른데, 인물의 표정, 눈, 눈썹등은 거의 모든 인물이 닮아있다.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 시선은 서로 딴 방향을 보고 시선을 교차하지 않는다. 대개 정면을 바라보고 있거나 (개, 고양이 조차도 정면인 경우 많음) 완전히 뒷면을 (여인의 나체들) 보인다. 유곽의 벗은 여인들과 남자들의 경우도 여자들과 시선을 나누지 않는다.
그림 속에 거울이 자주 등장하고, 거울이 인물들의 모습 일부를 담고있는 것을 그림의 상부에 배치한다. 서로 시선을 교차하지 않는 등장인물,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거나 정면을 바라보는 (측면, 주변을 보지 않는) 인물들과 거울의 등장은 헤아려보면 재미있겠다.
화려한 의상속의 부유한 사람들, 검고 긴 곱습머리, 검은 피부의 인디오들.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골목, 지붕위, 식당, 악단 등도 그렸다. 몸은 부풀려져 있고 팔다리는 짧고 대조적으로 손끝은 날렵하고 발은 중국여인의 전족처럼 조그맣다. 불균형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정물도 보테로 스타일로 그렸다. 꽃, 줄기,오렌지, 바나나등은 사실 형태를 부풀리는데 한계가 있다. 그는 꽃의 경우 줄기를 보이지 않고 꽃으로 병을 가득채웠고 뚱뚱한 나이프를 다리와 상판 비례를 무시한 뚱뚱한 탁자위에 과일을 두꺼운 접시에 배치하여 부풀은 모습을 그려 그의 스타일을 정물에서도 유지했다.
콜럼비아의 경찰 폭력을 비판하는 그림도 그렸고 미국이 이라크의 Abu Ghraib 감옥의 이라크포로들을 반인권적으로 폭력적으로 다루는 것을 고발하는 그림도 그렸다.
입구에 있는있는 자화상.
누워있는 여인reclyning woman.
13년 전에 보았던 조각들은 머리카락, 섬유 흐르는 표현 등에 디테일이 많고 공력이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번에 본 3가지 조각은 전에 본 것 들보다 생략이 많고 더욱 "덩어리"로 처리된 듯 하다.
몸을 꼰 여인쯤 될려나? 자세가 유혹적이다.
2000년 마이아미에서 아는 사람 집에 초대받아 갔는데, 그 집 거실에 보테로 조각이 있었다. 첫눈에 알아보고 주인에게 아는 체 했더니, 자기 콜렉션 알아봐 주는 사람 만났다고 좋아했다. 2007년 모나코 호텔 옥상정원에서 다시 만났다. 인연(?)이 나름 13년이나 된다. 모나코 FAIRMONT 호텔 옥상에 있는 보테로의 아담과 이브. 이 둘의 몸에 대한 두상 비례는 위의 두 조각보다 과장되어있다.
마이아미 화랑가를 걷다가 보테로처럼 보이는 그림이 보이길레 화랑에 들어가서 작가사인을 확인해 보았다. 보니 보테로 워나비가 그린 유사품(?)이었다. 보테로 그림은 $2M.- 나가기도 한단다. 그래서 그가 그림 매입자만큼이나 부자의 반열에 들어 섰다고 하니, 그의 워나비도 많을 것이고, 그렇게 큰 돈을 지불할 수는 없고 복제품을 사기는 싫은 구매자를 위해 아류 그림도 만들어지는 거 아닌지 싶다. 그러나 예술에서 아류는 창조가 아닌 숙련자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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