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2 22:48
상상마당은 홍대앞 피카소 거리에 있는 영화관이다. 독립영화를 주로 보여준다. 원스, 워낭소리를 이곳에서 보았다. 건물안에는 갤러리, 카페, 젊은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아기자기하게 전시판매하는 상점도 있다. 매력있는 건물이다.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못들어 본 영화제목이었지만 최민식이 나오고, 그가 서있는 네팔 거리를 찍은 포스터가 그럴사해서, 네팔 풍광은 보여주겠지 하는 기대를 했다. 표 사고 주변에서 서성이다보니 5분 남겨놓고 극장으로 뛰어야 했다. 헉헉대며 극장안으로 들어가니, 영화는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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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안에 아무도 없었다. 정말 한명도 없었다. 중간에 들어온 관객도 없었다.
나 혼자 에어컨 바람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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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앞둔 기러기 아빠 최는 동생의 공장에서 사고로 죽은 네팔노동자 도르지의 유해를 가족에게 전달하러 히말라야 깊은 마을로 간다. 남편이며 아버지이며 아들인 네팔 노동자 도르지를 기다리는 가족에게 그의 죽음을 알리지 못하고 그의 돈만 건넨다. 최는 그곳에서 며칠 머믈 요량으로 단순한 일상을 사는 죽은 이의 가족과 지낸다. 아내에게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 못하고 유해는 그의 가방 속에 있다. 미국에 아이들과 함께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황량한 대답 뿐이다. 산책 길에 백마를 만나 쫒아 가고 길을 잃는다. 그는 심히 앓고 도르지의 아내가 그를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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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짚히는 내용이 없다. 이야기의 얼개도 엉성해 몇 안되는 에피소드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어떻게 마무리 된 건지 알수 없다. 현실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흘려보내던 화면에 갑자기 백마가 나타났다가 현실의 골목 사이로 사라진다. 현실적 맥락이 없는 백마의 출현은 상징일 터인데 그에 대한 관객의 이해는 둘째치고 작가가 뭘 의미하려 했던 건지...작가 스스로 명확한 의도, 의미가 있는 건지...막연한 의도에 연막을 쳐서 뭔가 있어 보이려고 하는 건지... 히말라야 하늘 아래 황량한 네팔에서 가난한 이들과 지내면서 고단한 최의 삶이 위로 받았다는 건지 인생인지 뭔지 뭘 깨달았다는 건지, 뭘 봐서 위로 받고 뭘 봐서 깨달았다고 이해해야 되는 건지. 기대했던 네팔 풍광은 안보여준다. 아름다운 날도 칙칙하고 칙칙한 날도 칙칙하고, 황량한 돌산에 바람부는 거만 보여준다. 마음의 풍경이 그렇다고 해도 촬영과 편집이 그게 뭔지. 90분 영화에 30분이 최가 산길을 헉헉대고 올라가는거다. 히말라야가 높긴 하지만.
가까스로 끝까지 보고 나오는데, 영화관 젊은이가 관객실 문을 열어준다.
-아니, 나 혼자 봤네요. 이렇게 손님이 없으면 어떻게 해요? 하고 물었더니,
-아~, 예~, 이게 예술영화라서요. 라고 한다.
이 영화도 걱정되고 빈 극장도 걱정되지만 볼 거없는 이 영화를 예술 영화라고 생각하고 예술영화는 손님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게 걱정되었다. 신통찮은 영화를 좋게좋게 봐줄 관대한 관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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