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생각 2012. 8. 2. 12:56

 올해 날씨는 유난하다. 겨울에 그리 춥더니 봄엔 바싹 가물고 비 며칠 오고 말더니 이제는 온 세상을 태우고 말릴듯 뜨겁다. 내가 살던 집으로 이사 올  사람이 에어컨을  놓고 가냐 물었다. 내가 가져간다면 자기는 쓰던 것을 옮겨올 생각이고 내가 놓고 간다면 두 집 다 이사가 덜 번거롭겠다는 거였다. 일년에 며칠 켜는 에어컨 없으면 어떠랴  생각했고 주택으로 가면서  없애려고 맘 먹었던 터라 놔누고 가겠다고 했다. 북극 곰도 남극 펭귄도 고마워할 결정이었다.  이삿날 이삿짐 아저씨들에게 에어컨은 놔두세요 하니 일이 줄었다고 좋아하면서 '에어컨 없이 어떻게 사시게요? 없음 않되죠' 했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물음에 그냥 없애려고요 했다. 

 

얼마 전까지 앞 뒤 문 열어 놓으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 이 정도면 여름 잘 나겠다 했는데 요 며칠은 그게 아니다. 창을 열면 뜨거온 바람이 훅 불어온다. 창을 닫으면 열이 고인다. 깻잎 몇 장과 방울 토마토 몇 개 따는데, 열기가 쏘는 듯하다. 사막의 낮이 이럴까.


아이에게 '너무 덥구나' 하고 카톡을 보내니 답이 '에어컨' 이다. '단 며칠이니 ㄴㄴ'라고 답하니 '걍 에어컨 달아' 한다. 한 이틀 제 방에는 에어컨을 달겠다고 하는 걸 말렸다. 더워서 잠 못 잤다며 툴툴거리며 출근하는 걸 보니 내가 괜한 고집인가....땅이 점점 더 뜨거워지거나 바싹 마르는 사이클은 점점 더 커지는데  까잇꺼 스위치 하나 누르면 시원하게 지내는데, 북극 곰 남극펭귄 오지랍에 나 혼자 미련 떨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차마다 빌딩마다 창을 닫고 열기를 내뿜고 그래서 거리의 공기는 더 덥고 사람들은 열기에 갇혔다. 더위를 잘 견디는 상으로 빙수 먹으러 나갔다. 밤 공기도 뜨겁다. 조용하던 골목엔 창이 닫혔고 웅웅웅웅 신음 소리 내는 에어컨 실외기는 열기 뿜으며 앓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