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

하노버에서

엄마생각 2023. 12. 20. 08:33

지난 주 아니 지지난 주 토요일 12월 9일 밤에 하노버에 도착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하노버 역까지 오는 차편은 고달펐다. 몇 번이고 기차 도착이 지연되거나 운행이 취소되었다. 공항에서 여섯시간 후 연결 비행기 타고 오는 거나 늦은 밤 도착하기는 마찬가지.
정원이랄 수도 없이 나무 몇 그루 듬성듬성한 마당을 남쪽으로 내려다 보는 아이의 아파트는 넓고 기능적으로 나무랄 데 없으나 스탈린 시절의 모스크바 아파트처럼 거리따라 기다랗다. 회색 외벽에 흰색 내벽의 상자 아파트는 아무 맛대가리 없는 정도가 아니라 기분을 좀 쳐지게 만든다. 기능만 있고 아름다움이 없는 건물은 그곳에 깃들어 사는 인생이 스스로를 마치 쓸모 여부로만 재단되는, 기능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존재인양 여기게 만드는듯 하다.

도시는 일찍 어두워지고 아니 하루 종일 어둡고 축축하다. 북독일은 다 그런가. 그럴 거 같다. 도착 첫날은 아이 먹을 걸로 무거웠던 짐을 푸는 걸로 마무리했다.

일요일 아침은 시내 카페에서 하기로. 가는 비가 내리는 일요일 하노버는 한산한데 찾아간 카페에는 아점 손님이 가득하다. 몇은 문 앞에 줄 서 있다. 축축한 거리 에서 들여다 보이는 카페 안은 따뜻할 듯 바스락 건조할듯. 테이블이 작아서 모여앉은 분위기는 다정해 보였다. 예쁘고 맵시있으면 사람들이 생기를 찾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