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시절 착각 청춘 착각

엄마생각 2011. 7. 15. 21:44

친구네 사무실이 국정원에게 털렸다. 대학 교육에 관한 자체적, 외부 용역을 받아 연구를 하는 곳인데 근래 반값 등록금 관련하여 사학의 재정 운영, 사학의 구조 조정 등에 대해 자세하며 비판적인 질문을 던졌고 사학 관련 자료를 제시한 곳이다. 국정원은 연구소의 누군가가 북한과 관련이 있다는 혐의(?)를 잡고 새벽에 들어와 서류 등을 흩고 명함 등을 걷어갔다 한다. 국정원 직원 20-30명을 하꼬방같은 사무소에 보내 사람들과 자료를 겁박하여 등록금에 대한 불만을 가라앉히려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런 일을 시킨 者의 유치함과 어리석음은 딱하다. 너무도 시대 역행적이고 시대 불감한 무지가 겁나기도 한다. 저급한 불량배가 사안의 폭과 깊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르고 보는 격이다. 사학이 몇 십년 독과점 비지니스로 등록금을 높여가며 10조의 잉여금을 깔고 앉아있어 국민과 가계의 불만과 고통이 한 두해 된 게 아닌데, 이것을 북한과 엮어 보겠다니, 참 그들은 2011년을 살고 있는지 1970년대를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결론은 이 정권에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다. 등록금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 어느 범위까지 대학 교육을 공공화 할 것인가, 공공화의 비용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비용 대비 교육의 질은 적정한가, 사립 대학은 규정 내에서 운영하는가, 구조조정 대상 대학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다층적 다면적 분석을 하고  실천 방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자료를 제시하는 연구소를 북한과 연결시키는 것으로 겁박하여 상황을 진정시키겠다는 것은 본질을 못 보고 있다는 것이고 생각도 능력도 없다는 거다. 

복날 기념 번개로 친구들이 모였다. 
야, 우리들도 모두 엮여 있는 거 아니냐,
네 전화 도청하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럼 전국민을 도청한다는 이야기냐.
한 30년 전 동아리 방 터는 형사들 그런 거 비슷하지 않냐? 하고 웃었다.  
우리 카페도 이미 뒤졌을지 몰라.. 
뒤졌으면 좋지, 이놈들 매일 번개나 치고 술이나 마시는 놈들이네. 암것도 없네 하고 접을 거 아니냐 하고 웃었다. 산낙지에 민어회에 또 뭔가 귀한 거 먹고 떠들고 막걸리 좀 마셨는데 초저녁이다. 기억 안나는 어딘가로 옮겨간 곳에서 흑맥주를 마셨는데, 흑맥주 쌉싸름한 맛과 부드러운 거품은 기억난다. 이 때 이미 취했는지, 어떻게 모두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집에 들어서는 친구들을 큰 애가 악수하며 인사하던 필름 한 컷, 술 병을 꺼내던 기억 한 컷, 친구들 갈 때 인사 제대로 안되었던 것 한 컷...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식탁에 와인잔, 위스키잔, 터키 사과찻잔 등이 그득하다.
 

오나전 짬뽕이었구나. 
Kendall Jackson Chardonay는 내가 좋아하는 와인인데 맨정신일 때 보다 취해서 마신 경우가 더 많다. 1차에 마실 술이있고 3차용이 따로 있다. 음... J&B도 바닥을 드러냈고 Tequila도 비었다. 그나마 Absenthe를 손대지 않아 지금 살아있다.


30년 전 정권의 상황 처리 방식을  지금도 경험하다니. 그들의 시간이 멈추었으니 우리도 30년 전이라고 하자, 그 때 하던 대로 마셨다. 그래 복날 잠깐 청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