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뒷담화 심리

엄마생각 2012. 8. 13. 20:50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남 이야기때 조용히 있는 편이다. 그랬군하고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긴 이야기에 짧은 '그래'이니 어떤 점을 동감하는지 불분명하다. 의견을 물어보면 '생각 안해봤는데' 하거나 '글쎄'가 반응의 전부다. 본질아닌 부수적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표현이 귀하니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는지 알 수 없다. 그에게 화제를 맏기면 뭐 먹었고 맛있고 어디 갔고 비싸고 하는 일상 표피 이야기로 흘러가고 만다. 공감 나누지 않는 사람의 일상은 타인에게 별 재미가 없다. 그래서 화제 주도권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표현 없고 태도 루틴한 그는 스스로를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말 없으니 경청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는 뒷담화를 한다. 뒷담화에는 괘감이 있다. 뒷담화를 나누는 대상과 결속감을 느끼기도 하고 뒷담화를 들어주는 상대에게 의지하기도 한다. 속에 쌓인 것을 풀기도 하고 당사자 없는 데서 훈수두며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A와 B사이에 불편한 일이 있었고 A는 B에 대한 불만을 그에게 말한다. 이야기 듣는 자리에서 아무 말 없던 그는 A도 B도 없는 자리에서 A와 B 모두 잘못이라 한다. 그가 B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그는 A와 B사이의 잘못과 불만의 원인과 크기를 헤아리지 않는다. 9대1의 잘못인지 5대 5의 잘못인지 우연인지 의도인지 일회적인지 반복적인지 헤아리지 않는다. 둘 다 잘못했고 아쉽다고 한다. A와 B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그로서는 정보를 얻은 것이고 비판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잘못의 경중을 따지는 것은 그의 관심이 아니고 훈수 둘 기회를 행사하는 것으로 자긍심을 느끼는 것이 그에게 중요하다. 사안에 어두운 이의 양비론은 비판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기보다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경우가 많다.

 

 C는 모임에서 돋보인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C는 풍부한 화제와 새로운 관점을 던져 자리를 이끌어 나간다. 농담을 잘해서 자리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C는 자기 이야기도 잘한다. 모두가 C의 이야기에 몰두하면 그는 짐짓 하품 참는 제스츄어를 한다. 그는 C가 자기 말만 하며 남의 이야기 안듣는다고 평하는 것으로 C에 대한 열등감을 감춘다.

 

 D는 동물 보호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D가 버려진 개들, 버리는 사람들의 냉정함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는 '몰라, 난 개 안키우니까' 한다. 이야기는 끊어진다. 속엣말로 그는 '그 돈 사람들에게나 쓰지' 한다. 그는 D를 사람에게 박한 사람으로 평하며 평가자의 위치를 즐긴다. 그는 자기 관심을 넘는 취향은 쓸 데 없는 것이고 그런 취미에 돈을 쓰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판단의 기준은 자기의 키와 존재 반경이다. 그는 긔의 생각을 당사자와 그 자리에서 교환하지 않는다. 뒤에서 소리없이 말할 뿐이다.

 

 그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해 왔던 친구가 자신보다 많이 준비하고 누리는 것을 알고 친구에게 배반감을 느낀다. 자신의 표현과 상대의 확인이 없었으니 배반이랄 수 없다. 막연한 짐작에 근거한 의지가 허당으로 확인 되었으니 그는 상실감을 느낀다. 막연한 짐작과 의존을 탓해야지 친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친구가 그의 무지와 시도하지 않음을 언급한다. 그는 듣고 싶지 않다. 화나지만 표 내지 않는다. 친구와 나는 다르다고 속으로 화를 삼킨다.

 

 그의 말없음과 뒷담화는 뭐 때문일까.

그는 갈등을 두려워 한다. 이야기 자리에서 당사자와 소통을 피하는 이유다. 대립을 다루지 못한다. 빈약한 의견과 균형없는 판단이 이유일 것이다. 자기 주도로 대화를 이끌지 못하고 상황에 수동적으로 따라가게 된다. 관계망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두려워 한다. 말을 줄이고 표현을 억제하고 행동을 루틴하게 하는 이유다. 억눌린 자존감은 화가 되어 쌓인다. 누군가를 동질시하고 가까이 한다. 그 상대가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일 수 있다. 그것이 드러날 때 그는 상실감을 느낀다.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지했던 상대에게서 배반감을 느낀다는 것은 짝사랑에게 배반당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 안된다. 외로운 것을 배반감과 혼동하고 있다.

 

 그런데 갈등, 대립이 두렵다고 언제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살 수 없다. 자존심을 살려야 하고 열등감을 버려야 하고 억제한 것을 풀어내야 한다. 못냈던 화도 식혀야 한다. 그래서 맞상대를 피해 소심한 뒷담화를 한다. 스스로를 평가 하는 자리에 올리고 당사자 없지만 훈수 두고 쓸 데 없는 짓이라고 타박해 본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혼자 확인해 본다. 자기가 남에게서 듣고 싶은 말을 스스로에게 해 준다. 자가 치유다. 뒷담화 상대는 여럿이다. 친구일 수도 의사일 수도 일기장일 수도 브로그일 수도 뒷동산 언덕일 수도 있다. 근데 뒤담화는 배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치유의 효과는 뒷담화보다 맞담화가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