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

가을 밤, 음악회

엄마생각 2012. 9. 7. 22:16

오랜 만에 음악회에 갔다. 정경화 바이올린 독주회.


대학 초년생이었을 때 이화여대 강당에서 정경화 연주를 처음 들었다.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소리, 청중을 압도하는 현란한 연주에 매혹되었다. 정경화의 20대 때 였는데, 무대에는 완벽한 연주를 하기위한 날카로움, 냉정한 몰입의 천재성을 풍기는 특별한 공기가 흐르는 듯 했다. 그녀가 연주하는 멘델스존을 들을 때 나는 그녀가 청중들을 꿈 속으로 구름 속으로 이끌고 가는 듯한 환상을 느꼈다. 


긴장 속에 연주의 완성에 진력하던 젊은 연주자는 웃음띤 표정으로 관객과 눈빛을 교환하고 객석의 소음과 실수에 웃고 기다리는 여유로운 노장이 되어있었다. 정경화를 보니 그녀도 나이 먹었구나 싶다.(당연하지). 


1부에 슈벨트, 슈만, 2부에 Prokofiev violin sonata 1번 f minor.  2부에 졸겠구나 싶었다. 슈만을 듣는데 내 팔을 툭 친다.고 느끼는 순간, 고개를 확! 들었다. 졸았던 거다. 코는 안 골았다니 다행.


프로코피에프가 시작되었다. 1악장. 둔중하고 강렬한 시작. 소리에 사로 잡힌듯 온 몸으로 음악이 들렸다. 조용하고 낮고 느린 음조. 해 진 늦가을 들녁에 차가운 바람이 불고 다가오는 겨울을 걱정하는가. 2악장...3악장 폭우 뒤 맑은 하늘처럼 높고 맑은 피아노로 시작한다. 음색은 밝고 빨라졌다. 가면서 속도는 조금씩 느려지며 무게감을 느끼게 되었다. 비슷한 어조로 주고 받던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높고 낮게, 밝고 어둡게 갈라지기도 한다. 조금씩 1악장처럼 어두워 진다....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주고 받음은 대립하듯 큰 소리로 마주치기도 한다. 다양한 테마, 급격한 변화, 불안하다. 길지 않은 30분, 크고 강한 힘에 흽쓸렸던듯 하다. 연주를 건너 작곡자를 느낀다. 그가 이 곡을 썼던 1930년대 후반에서 1940년대 초반, 그가 이 곡을 시간을 느낀다. 긴 서사를 단숨에 읽고 흐미했던 의미를 온 몸으로 깨우친 느낌. 작가와 마주한 기분. 새로운 시야가 확 열리는 강렬한 느낌이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천천히 걸어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