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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딱한 사람, 엄기영

2010/09/09 17:19
엄기영이 꼴이 딱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 2월, 방송문화진흥위에 의해 엠비씨 사장에서 밀려났다. 광우병 쇠고기를 보도한 PD 수첩, 정권의 잘못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지적하던 신경민 앵커 등이 언론의 한 모퉁이를 지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사장이 엄기영이었다. 정권의 검찰을 통한 수사, 재판의 압박을 엠비씨 내부의 힘으로 버텃을 때였으므로 사장이 엠비씨의 독립성과 조직원을 보호하고자 울타리 노릇을 하는 걸로 보였다.  한나라당 정권에 고소고발당하고 임기 전에 밀려나는 곤욕을 치룬 엄기영이 한나라당 출마를 궁리중이니,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행보를 되짚어 보니, MBC 내부인들의 저항과 노력으로 그렇게 보였을 뿐 그는 그럴 의사도 용기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퇴하는 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래 사람들을 다 자르고,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였던 것 같다.

언론의 정권으로 부터의 자유, 독립, 공정성과 같은 기본 가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방문진에게 인사권을 잃어 사장 노릇을 할 수 없음에 대한 울분만을 표시한 그에게서 관심의 한계와 소심함이 드러났다. 나중에 기회를 만들어 부당한 압박에 대한 비판, 할 말을 하겠지 라고 기대하였으나 그는 사퇴 후 몇 달동안 조용하였다.

 

부당 해고 되었던 많은 언론인들은 권리회복을 위해 법에 호소했다. 무심하던 사람들도 자신이 부당한 권력에 해꼬지를 당하면 투사로 변한다. 할 말이 많을 듯한 그가 사장에서 밀려난 후 몇달동안 조용했던건 왜일까? 그에게 언론의 자유, 중립성, 독립성 이런 건 묻지도 않겠다. 그의 자리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자. 해임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가? 권력에게는 고개 쳐드는 거 아니라고 믿고 기는 것인가? 부당해도 훗날의 영광을 도모하고자 입다물고 있었던 것인가? 오늘의 시비를 가릴 용기도 훗날의 영광을 도모할  동력도 없으니 그냥 시키면 시키는대로 짤리면 짤리는대로 큰 덩어리  한쪽에 묻어 가는게 편하다는 건가?  그는 지향하는  공공의 가치를 밝히거나 부당함에 맞선적이 없다. 엠비씨의 지난 2년의 상황이 자리나 지키며 적당히 정년을 맞았을 그를 공정방송의 울타리나 되는 양 연출해 주었고 목마른 국민은 옷입은 말뚝보고 헛기대했던 건 아닌가 싶다.

 

그는 지난 두 번의 선거운동 기간에  강원도의 한나라당 출마자를 지지하러 다녔다.

출마하려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후배를 도우려 왔다고 하더니 몇 번의 선거판 나들이 끝에, 심장이라도 빼서 고향에 봉사하겠다고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술래가 돌아 설 때마다 시치미 떼고 안볼 때마다 찔끔 찔끔 다가 가다가 갑자기 술래 잡는 애들 놀이 한거다.

그는 지난 8월 , 강원도 춘천으로 주소를 옮기고 이사했다. 

10월 27일  재보선이 있다.  출마하려면 60일 전에 지역에 주민등록이 되어있어야 한다.

직무정지 상태인 강원도 지사 이광재에게 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 며칠 전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국회의원직과의 형평을 생각할 때, 행정직 직무정지는 상식적으로 위헌이다. 헌재는 상식대로 판결했다. 그는 법원이 상식대로 판결하지 않기를 기대했거나 "그 만의 상식"으로 판단했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를 사장자리에서 나가라고 40명의 국회의원이 공격하였는데, 그게 한나라당이었다. 그런데도 출마하면 한나라당에서 나간다 한다. 선택은 그의 맘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사퇴 압박에 대해서 자신의 한나라당 입당에 대해서 그가 명분과 논리를 세울 방법이 없다.  진실과 왜곡, 정당과 부당, 무엇보다 피아를 구분 못하는데 어찌 명분과 논리가 나올까.

 

***

 

그나 저나,  갈 데 없으면 고향? 심장이라도심장이라도 빼서 고향에 봉사라... 참 60-70년대 스러운, 개념이 결핍된 언사다. 언론도 아니고 카메라 놀이 하다가 무슨 행정이야?  매일 술먹고 공부 한자 안하고 그것도 권력이라고 행세나 하면서 남 까는 걸로 세월 보낸는 게 기자인줄 다 아는데, 무슨 행정이야? 게디가 남의 불행을 기대하며 그 위에 자기 미래를 설계하는  얇삽함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