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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8

봉하 막걸리에 반했어 2010/10/12 19:15 친구와 삼겹살 먹으러 단골집에 갔더니 처음 보는 포장의 술을 내어준다. 우리가 오면 맛이나 보라고 막걸리 몇 병을 친구가 맡겨놓았다는 거다. 술이 공짜이니 기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친구가 맡겨놓은 술. 첫 잔. 오오, 맛있다. 자연 그대로의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 자연스러운 달콤함. 다시 한 잔. 가공안된, 순수하고 연한 향기가 느껴진다. 밥을 막 지어 첫 주걱을 뜰 때 느끼는 구수하고 편안하고 옅은 단 내랄까. 첫 눈에 반한다고 하는데, 봉하 막걸리에 첫 모금에 반했다. 이런 쌀향기를 언제 맡아 보았더라? 일부러 정종 전문 일식집에 찾아가 매니저에게 물어서 주문한 일본 정종이 농염한 술향기를 풍겼다. 세상에 그렇게 매끈하고 달콤하고 고급한 쌀향기 술은 처음이었다. 양으로.. 더보기
그냥 저냥 민숭민숭 옥희의 영화 2010/10/02 01:51 오늘 "옥희의 영화" 를 보았다. 홍상수 감독. 개별적인 짧은 이야기 4 쪽 중 마지막 편 제목이 옥희의 영화이다. 첫 쪽은 영화감독 진구(이선균)의 하루를 따라간다. 영화과 강사이기도 한 진구는 고집스런 여학생과의 상담을 마치고 영화과 송교수(문성근)의 사무실에서 영화계가 예술은 죽었고 자본을 따라 움직인다고 비판하는 송교수에게 권위와 존경심을 느낀다. 진구는 자신을 부르지 않은 술모임 시간을 기다리며 교정에서 초라하게 웅크리고 졸다가 니콘을 나이콘이라고 읽는 초보 찍사에게 사진 찍히고 찍사에게 자신이 영화감독이라고 말한다. 초보 찍사는 감탄과 동경의 눈으로 진구를 본다. 지나가던 교수로부터 송교수가 뒷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소문이 파다하다는 거.. 더보기
행복한 영화감상 돈조반니 2010/10/02 02:02 저녁 먹고, 아이스크림이나 핥을까 하고 나갔다. 지난 여름, 날이 뜨거워 밤 늦게 가끔 가던 곳. 에어콘 씽씽 틀고 유리문 다 열어놓고 지나가 던 사람도 냉기 쐬게 하던 곳인데, 오늘은 가을이라고, 사람들은 유리문을 닫고 안에 들어 앉아있다. 맞은편이 상상마당. 영화프 로 잠깐 구경하자 싶어 게시판을 보았다.옥희의 영화...그건 봤고....돈조반니...어떨까? 아, 10분 후면 시작한다! 오케, 아이스크림은 나중에! 즐겁고 행복한 두 시간이었다. 베니스와 비엔나 배경. 아름다운 유럽 도시의 미 술관 18세기 그림 속에서 모짤트의 음악을 들으며 호사한 기분이다. 스피커 좋은 극장 안에 아름다운 아리아, 오케스트라의 모짜르트 연주. 모짤트의 바하 연주가 가득하다. 거기에 그 시.. 더보기
살다보니 봤던 거 고대로 하네 2010/09/15 01:45 아들이 안입을 옷이라고 옷을 한보따리 내놓는다. 누구 줄 거 버릴 거 고르다 보니 박스도 안뜯은 새 트렁크가 보인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허리 고무에 영어로 상표가 새겨진 삼각팬티가 유행인지라 반바지처럼 헐렁한 트렁크 (사각팬티)는 안입는다. 재활용 불가! 아깝다. 진솔이라 원단도 톡톡하고 셔츠처럼 줄무늬도 있다. 더운데 집에서 입을까? 앞이 트였는데 웃기잖아? 하면서 입어보았다. 거리의 젊은 여자들이 입고 다니던 짧디 짧은 반바지보다 아들의 사각 팬티가 더 길다. 다리통은 넉넉하다. 여름내 입고있던 정식(?)반바지보다 시원하다! 완벽 통풍! 오호라! 집에서 팔월의 후반을 이거 입고 지냈다. 아들의 런닝을 적셔서 등에 올리고 여름을 나던 엄마가 생각난다. 어쩌다 tv를 .. 더보기
딱한 사람, 엄기영 2010/09/09 17:19 엄기영이 꼴이 딱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 2월, 방송문화진흥위에 의해 엠비씨 사장에서 밀려났다. 광우병 쇠고기를 보도한 PD 수첩, 정권의 잘못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지적하던 신경민 앵커 등이 언론의 한 모퉁이를 지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사장이 엄기영이었다. 정권의 검찰을 통한 수사, 재판의 압박을 엠비씨 내부의 힘으로 버텃을 때였으므로 사장이 엠비씨의 독립성과 조직원을 보호하고자 울타리 노릇을 하는 걸로 보였다. 한나라당 정권에 고소고발당하고 임기 전에 밀려나는 곤욕을 치룬 엄기영이 한나라당 출마를 궁리중이니,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행보를 되짚어 보니, MBC 내부인들의 저항과 노력으로 그렇게 보였을 뿐 그는 그럴 의사도 용기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퇴하.. 더보기
아시아 리얼리즘 Realism in Asian Art 2010/08/25 01:33 덕수궁 미술관에서 Realism in Asia라는 주제의 전시회가 있다. 더위에 나가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함께 보자고 몇이 모이게 되어 일요일 아침에 나섰다. 매표소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는데....오전부터 볓이 뜨겁다. 11시에 대한문 앞에서 수문장 교대 행사를 하는구나.... 어린이 동반 가족, 외국인등 많은 사람들이 땡볓을 마다않고 교대 의식을 사진기에 담는다. 경복궁과 덕수궁에 각각 수문장 교대식이 주 6일 연출되는데, 관람객을 꽤 모은다 한다. 경복궁 수문장은 조선 초기의 모습이고 덕수궁은 영정조 때의 복식과 행사를 따른 것이라고 한다. 사진을 찾아보니 경복궁 수문장의 복장은 중국, 고려의 복식과 닮아있고 그에 비해 덕수궁 수문장의 복식은 근대(?)적으로 보인.. 더보기
질투 2010/08/12 04:00 질투 Alain Robbe-Grillet 알렝 로브그리예 민음사 박이문, 박희원 옮김 소설의 초입에 누구라고 규정할 수 없었던 화자가 집, 가구, 그림자, 빛, 방향등 공간 속의 사물을 세밀하고 집요하게 그려낸다. 촘촘한 모눈 종이안에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없는 잔 그림이 빼꼭히 들어차있는듯해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채, 화자가 끌고가는대로 온 신경을 집중하며 따라간다. 무엇인가 이야기할 거라고 기대하며 그의 집요한 시선과 묘사만큼이나 날카로워져 더듬이를 가동하면서 묘사를 쫓아간다. 그러나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집, 가구, 죽은 벌레의 흔적, 아내의 손가락 사이에 구겨진 행커치프, 프랑크 옆에서 바르르 떨리던 아내의 손가락, 아내 A와 이웃 남자 프랑크와의 반복되는 .. 더보기
옛날 여름 이야기 2010/08/11 07:13 태풍이라는데, 바람 센 굵은 비 한 두시간 내리더니 그친다. 그나마 식은 바람이 불어 좀 살겠다. 비가 들이치거나 말거나 창문을 다 열어놓고 현관문까지 열어놓았다. 날이 너무 뜨거우면 채소들도 늘어지고 녹는다. 강가 크레인에 올라간 사람들도 열기에 걱정된다. 비바람이 너무 세면 그것대로 걱정이지만. 그래도 비가 좀 더 내려 땅과 열기를 식혀주었으면... 하루 종일 바람을 쐬도 실내 온도는 내려가지 않는다. 벽이고가구고 공간 깊이 열기를 품고있는가보다. 어릴 때 기억인데, 모시입는 계절은 한여름이니 7,8월이겠는데, 이렇게 덥지는 않았었다. 마루에서 엄마와 작은 엄마가 할머니 모시 치마를 이쪽 저쪽 끝을 잡고 숯 올린 다리미로 다렸다. 풀을 메겨 밟고(다듬이질 했던가?) 편편.. 더보기
막걸리 온 더 락스 2010/08/09 01:48 막걸리 온더락스...ㅎㅎㅎ 이렇게 마시는 방법이 있구나. 뜨거운 날씨. 아이스크림집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해 질 무렵, 달궈진 거리는 열기를 내뿜는다. 두부장수처럼 종를 치며 막걸리 수레가 지나간다. 수레를 끄는 이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가볍게 쳐다보았을 뿐인데 그가 반색을 하며 마셔보라고 뚜껑을 딴다. 그럴 거 없다고 손을 저으니 괜찮아요, 한잔 드셔보세요 한다. 목소리가 장사익처럼 걸지다. 요즘 흔해 빠진게 티샤쓰인데, 걸치고 있는 상하의가 다 낡았다. 서울에 안들어 (못들어?)오는 막걸리라고, 귀한 거라고, 한 잔 건네주면서 웃는데 , 그의 앞니 하나가 없다. 한 병에 삼천원인데 두 병에 오천원 달란다. 만원을 건네니 6천원에 3병 가져가라고 4천원을 건네준.. 더보기
묻고 따져야할 보험 광고 2010/07/30 04:12 한동안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니 가입하라는 보험광고가 있었다. 언뜻언뜻 들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금을 내 준다는거 같았다. 여러번 들어보니 묻지도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니 가입하라는 소리였다. 유사시 보험금을 받는게 보험가입의 목적인데, 그 설명은설명은 없고 쉽게 가입 받아준다는 소리만 한다. 보험 가입 신청을 받아주는 게게 혜택 주는 건가? 보험 못들어 곤란한 사람이 많은가?..... 보장 내용,내용, 가격, 보험금 지급 조건을 묻고 따져야 할 게 보험인데, 묻지도 따지지도따지지도 않는다니, 상호간에 불안한 판매다. 관계당국으로 부터 광고문구가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광고주광고주 라이나 생명은 버티다가 광고를 내렸다 한다. 그만큼 어처구니없는어처구니없는 되는 광고가 또.. 더보기